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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나 사는 곳』(1947)
첫 발표는 『조선일보』(1939.10.24.)
1939년은 군국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던 시대. 당시 일본 총독부는 창씨개명을 위시한 갖은 악랄한 방법을 동원하여 한민족의 문화적, 역사적 근간을 말살해 버리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었다. 특히 궁성요배라든가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천황에 대한 종교적 숭배심을 심으려 하였고 거기에 비해 기독교는 독립운동의 은거지, 민족 정신의 배양기 노릇을 한다고 보고 박해를 가하였다. 이런 마당에 '성탄제'를 제목으로 내세워서 파시즘적 위력에 대비되는 연약한 생명에 대한 연민을 시로 표현한 것은 매우 특이한 일로서 시대에 대한 저항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숭원)
산 밑까지 내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위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
*따듯한: 생명이므로 온기를 가짐 (↔세계의 횡포와 대비) |
골짜기와 비탈을 따라 내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
*골짜기, 비탈: 생명이 고비에 이르는 시련의 공간 |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
*표범과 늑대: 사냥의 획득물. 이국적 정조 표범이나 늑대처럼 사나운 짐승도 가차 없이 살육당하는 비참한 장면 |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샘과 약초 → 시인의 생각이 투영됨 *샘, 약초: 생명이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미지의 공간, 생명의 영원성 |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은 이를 묻게 하라. |
*쇠북소리: 종소리. (성탄제를 알리는 종소리로 해석 가능=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 종소리의 울림이 "죽은 이로 하여금/죽는 이를 묻게 하라"고 속삭이는 듯 들림 → 성경의 구절을 인용함 → 죽는 이는 이미 죽은 영혼이 받아들일 테니, 살아있는 '어린 사슴'은 제 갈 길을 가라고 속삭이는 듯 → 한 생명이 종식되며 죽음의 세계로 넘어가는 애처로움 |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내리고 눈 위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
*돌아가는: 죽음의 세계로 영원히 돌아가는 → 죽어 가는 사슴이 어린 사슴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해석 *눈 위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폭력에 의해 생명이 죽음을 맞이해도 순연한 생명성은 쉽게 말살되지 않으리라는 의미 |
○ 생각거리
왜 제목을 성탄제로 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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