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迂(멀, 에돌 우) 闊(넓을 활) → 곧바르지 않고 에돌아 실제와 거리가 멈. → 세상 살이에 어두움

 




어리석다 어리석다 그토록 어리석다
아침에 누워 있고 저녁에도 그러하니
하늘이 만든 내 어리석음을 내 설마 어찌하리
그래도 애달프다 고쳐 앉아 생각하니
이 몸이 늦게 태어나 애달픈 일 많기도 많다
일백번 다시 죽어 옛 사람 되길 바란다
희황이 다스리던 천지에 잠깐이나 놀아보면
요임금, 순임금의 해와 달(=세월)을 조금이나 쬘 수 있을 것을
순박한 풍속이 아득히 머니 거친 풍속이 다 되었다
되는 대로 내버려둔(=착잡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누구에게 말을 할까

(중략)

만리에 눈 뜨고 태고에 뜻을 두니
어리석은 마음과 정신이 가고 아니 오는구
나속세에 혼자 깨어 누굴 더러 말을 할꼬
축타의 아첨하는 말을 이제 배워 어찌 하며
송조의 아름다운 외모를 얽은 낯이 잘 하겠는가
우담산초의 열매를 어디서 얻어 먹겠는가
미움 받고 사랑 받지 못함이 다 어리석음의 탓이로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니
평생의 모든 일이 어리석지 않은 일이 없다
이 어리석음 거느리고 백년을 어찌하리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취하여 내 어리석음 잊자

 

*되고라쟈: '-고라쟈' (-기 바란다)
*희황: '복희씨'의 다른이름.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으로 삼황의 한 사람. 팔괘를 처음으로 만들고 그물을 발명하였다고 함. 태평성대 상징.
*요순: 고대 중국의 요임금과 순임금. 태평성대 상징.
*축타: 아첨하는 말을 잘해서 권력을 잡은 사람
*송조: 잘 생긴 얼굴로 권력을 잡은 사람
*우담산초실: 우담산초의 열매.


갈래: 가사

특징:

ⓐ 자신의 가난을 소재로 안빈낙도하는 삶을 그림

ⓑ 매 단락마다 '우활'을 반복 사용하여 주제의식 강조함

ⓒ 자신을 객관적 위치에 놓아 성찰함

ⓓ 상투적인 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였다는 평가도 있음

 

 

*작가 정훈

전형적 양반 집안에 태어났으나 관직에 나간 바 없이 남원 동문 밖에서 초야에 묻혀 살면서 77세의 일생을 보냈다.

형이 어려서 죽은 탓으로 부모들이 혹시라도 몸이 상할까 걱정하여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에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인조반정, 병자호란 등을 겪으며, 비록 정계에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시대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강직하고 정의를 제일로 내세우던 적극적인 성품으로 불의를 두고보지 못했던 까닭에 1624년(인조 2) 이괄()의 난 때에는 61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의병을 모아 출전했다. 정묘·병자의 두 차례의 호란 때에는 늙고 쇠하여져 전장에 나가지 못하자 아들을 대신 출정시켰다.

그의 시가작품은 시어 선택과 배치 면에서 독창적이다. 더불어 섬세한 예술적 관찰력과 대담한 의식 노출은 개성 있는 시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시가작품의 군데군데에 보이는 고발 부분들은 당시 여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훈 [鄭勳]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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